저는 인스타그램을 하지는 않고 그냥 구경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돌아다니다보면 마치 자기 경험담을 적어놓거나 아니면 어디서 본 썰을 옮겨온 글들이 있는데 알고보니 그게 소설책 광고였던 적이 꽤 많더군요. 요즘 마케팅 방식이 그런가봅니다. 아무튼 매번 궁금하긴 했지만 결국 읽어본적은 없었는데 이번에는 낚여서 책을 읽어보게됩니다.
제가 아는 일본 소설가라고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히가시노 게이고가 전부인데 이번에 새 소설가를 알게 되었네요. 책 등장인물들이 광고회사에 다니고 이 책도 광고, 마케팅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작가가 광고제작회사에서 일하다가 소설가로 데뷔했네요. 왠지 광고 관련 용어들도 많이 나오고 설명도 자세하다 싶었는데 업체 경력자였습니다.
아무튼 제가 인스타에서 본 광고 글은 이것입니다. 샤넬은 명함도 못내민다는 명품브랜드라는 타이틀로 시작해 향수썰을 한참 풉니다. 이런 저런 썰을 한참 늘어놓고는 마지막에 소설에서 그 내용을 확인하라며 흥미만 돋궈놓고 사라집니다. 광고 참 제대로 하네요. 그래서 저도 읽어봅니다.
이 책은 일본에서 2001년 발표되었고, 우리나라에는 2009년에 번역되었습니다. 그리고 절판되었다가 올 9월 개정판이 나왔는데요. 개인적으로 개정판보다 이전 표지가 더 섬뜩한게 소설과 잘어울리는 듯 합니다. '일본 미스터리 역사상 최고의 반전'이라는 문구는 조금 과한 것 같긴 한데 저도 저 문구에 낚인지라... 저처럼 많은 분들이 표지를 보고 궁금한 마음에 책을 집어 들것 같네요.
등장인물 및 줄거리, 그리고 결말을 정리해보겠습니다.
<<<<<<결말, 스포 있음>>>>>>>>
이 소설은 누군가가 지금 떠도는 소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시작됩니다. 공원에서 나타나 남녀가 있으면 여자만 데려가 죽이고 두 발목을 잘라버리는, 레인코트를 입고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레인맨이라는 괴한의 이야기입니다. 추가로 뮈리엘이라는 향수를 뿌리면 레인맨에게 노려지지 않는다는 소문이 함께 돌고 있고요.
등장인물로는 대기업 광고 회사 도쿄에이전시에 다니는 가토와 그의 부하직원 니시자키 유즈루, 도쿄에이전시에서 컨설팅을 의뢰하는 회사인 컴사이트의 사장 쓰에무라 사야, 컴사이트 넘버2 아소, 비서 유카와,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형사 고구레 유이치와 그의 딸 나쓰미 그리고 고구레 형사의 파트너로 함께 수사하는 나지마가 있습니다.
도쿄에이전시에서는 새로 뮈리엘 로즈라는 향수의 광고를 맡게 되는데 이 향수의 마케팅을 컴사이트에 의뢰합니다. 컴사이트 사장 쓰에무라는 미국에서 마케팅을 배웠다고 하는데 대대적인 광고를 하지 않고 향수의 주 고객층이 될 10~20대 여성들을 모아 입소문 마케팅 전략을 짭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러 레인맨 괴담을 퍼트리는데 소문 내용과 비슷하게 10대 소녀가 발목이 잘려 죽은 살인 사건이 일어나게 됩니다.
수사는 주로 남자 경찰, 그리고 어른들이 하기 때문에 레인맨 소문까지 도달하는데 꽤 시간이 걸립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한 명 더 발견되고요. 이 책이 나온 시기는 스마트폰도 없는 20년전이라 요즘처럼 당연히 휴대폰 위치추적을하고 CCTV를 활용하는 모습이 없고, 피해자 조사를 하며 여고생들에게 입수한 사진을 복사해서 다니며 수사를 하기에 지금 보면 참 어색합니다.
아무튼 두번째 피해자도 같은 방식으로 살해당했고 이 두 소녀가 도쿄에이전시와 컴사이트에서 주관한 뮈리엘 로즈 입소문 마케팅 아르바이트를 했다는것을 알아내고 회사들도 조사하게 되면서 컴사이트의 악의 적인 기사가 나오며 쓰에무라와 아소는 스토킹을 당하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다 또 세번째 피해자가 발견되었는데 이번엔 두 건과 다르게 한 쪽 발이 발견되었습니다. 사망추정시간과 실종 당시를 조사해보니 오히려 제일 먼저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발견된 발에 패디큐어가 되있는데 패티큐어를 벗겨내고 지문채취에 성공해서 범인들 찾아내게 됩니다.
범인을 찾아낸건 그렇다 치는데 범인이 조금 뜬금없고 살인동기도 어이없습니다. 범인은 도쿄에이전시의 니시자키 유즈루입니다. 그는 책에서 이 광고 회사 들어오기전에 구두 디자이너였는데 교통사고로 색을 구별할 수 없게 됩니다. 구두 디자인을 더이상 할 수 없게 된 니시자키는 예쁜 발에 집착하게 되고, 여자에게 인기없이 나이 들어가는 자신의 모습에 약한 여성을 죽임으로 희열을 느끼고, 발을 잘라와 보고 만지고 꾸미며 성적흥분을 느낍니다.
범인이 조금 대뜸 밝혀지는데 생각해보니 니시자키가 퍼져있는 소문과 다른 디테일을 알고 있는 부분이 언급되기도 하고, 중간에 고구레 형사가 동료와 나누는 대화에서 동료가 "그냥 발을 좋아하나보죠" 이런 식의 말을 하는데 정말 그저 정신나간 발 페티쉬 살인자였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멘트 [마지막 4글자에 모든 것이 뒤바뀐다!] 마지막 네글자는 '기나오싹'인데요. 범인이 밝혀지고 경찰들이 니시자키를 잡으러 가는데 니시자키는 투신해서 죽어버립니다. 그리고 그 몇시간 전 마지막으로 쓰에무라 사장이 살해당합니다. 쓰에무라도 니시자키가 죽인걸로 마무리되는데...이 '기나오싹'이 기분 나쁘고 오싹하다의 줄임말인데 초반에 고구레 형사의 딸 나쓰미가 혼자 쓰는 말입니다. 두번째 피해자는 나쓰미의 친한 친구인데, 나쓰미와 친구들이 쓰에무라를 같은 방식으로 죽이고 친구가 쓰에무라의 발을 고기써는 기계에 넣겠다고하니 기나오싹이라며 마무리되지요.
반전에 대해 너무나 기대해서 오히려 조금 반전에 대한 감동이 덜했지만 20년전에 나온 소설치고는 설정이 오래된 느낌없이 요즈음과 비슷해서 몰입이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기대없이 본다면 더 즐겁게 봤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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